2018년 8월 초, Elon Musk는 Twitter를 통해 Tesla의 가장 중요 부품 중 하나인 Autopilot ECU Processor(속칭 Autopilot Hardware)를 4~6개월 후에 새 버전인 3.0으로 무상 업그레이드 해주겠다는, 기존 자동차 산업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공약을 내건다.

Probably 4 to 6 months. Those who order full self-driving get the upgrade at no cost. It isn’t needed just for enhanced Autopilot.
– Elon Musk (@elonmusk) Aug 8, 2018

Tesla를 비롯한 모든 자동 주행 자동차의 핵심 부품은 누가 뭐래도 센서와 카메라로 받아들인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해서 상황을 판단하는 계산 중추인 ECU다. ECU의 성능은 한 번에 가능한 연산의 규모와 직결되고, 이는 다시 자동 주행의 성능과도 연결된다. 마치 CPU, GPU가 좋은 컴퓨터가 더 무겁고 화려한 프로그램을 잘 돌리듯이. 자동 주행 기능이 없는 기존의 자동차도 이제는 상당 부분의 제어를 ECU를 통해 하지만, 한 번 출고된 이후에 ECU를 업데이트 해준다는 애기는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Elon Musk의 공약은 쉽사리 믿기지가 않았다. Elon Musk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는 그동안의 비판을 생각하면 더더욱…

하지만, 이 때까지 Tesla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보여준 지속적이고 가끔은 획기적인 기능 개선들, 그리고 실제로 4~6개월 후는 아닐 지언정 이 ECU의 교체가 크게 어렵지 않으리라는 개인적인 추측은 Tesla 구매를 최종적으로 결심하게 만들었다.

Autopilot Hardware 3.0 출고

2018년 말이 되자 Tesla는 직원들의 차량을 이용해 Autopilot Hard 3.0 (속칭 HW3) 을 테스트 하기 시작했고, 2019년에 드디어 HW3을 장착한 Tesla들이 출고 되기 시작한다. 물론, 이 시점에 이미 Elon Musk의 “4~6개월 후에 무상 업그레이드” 공약은 기한이 지나버렸다. 그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Elon Musk는, Autopilot 소프트웨어가 아직은 HW2에 최적화 되어 있어서 HW3로 인한 이득이 없다시피 하다는 설명을 Twitter에 올린다.

Retrofits will start when our software is able to take meaningful advantage of the Tesla FSD computer, which is an order of magnitude more capable. For now, it’s slightly disadvantageous to have Tesla FSD computer, as our software is more refined for HW2.
– Elon Musk (@elonmusk) Mar 29, 2019

이 시점에 든 생각은 딱 두 개 였다.

소프트웨어 최적화는 결국 시간 문제이니 머지 않아 될 것이다.
HW3의 수급이 더 큰 문제일 것이다. 아무래도 신규 출고 차량에 먼저 장착할테니.

아무래도 두 번째 문제 때문에 한 번에 대대적인 업그레이드가 이루어 지기는 어렵지 않을까…

시작됐다

2019년 9월, 뜻밖의 소식이 전해진다. 어떤 사람의 2018년식 Model S가 HW3 업그레이드를 받았다는 뉴스였다. Sofiaan Fraval이라는 이 오너는 단순히 HEPA 필터를 갈기 위해 서비스센터를 방문했는데 사전 고지도 없이 자신의 Model S가 HW3로 업그레이드를 되었다는 얘기를 Twitter에 올렸고, 이는 곧 뉴스가 되어 퍼져 나갔다. 하지만 이 이후 HW3 업그레이드 대한 추가적인 소식은 없이 Tesla 커뮤니티의 기대감만 높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은 2019년 11월, Tesla는 처음으로 HW3이 HW2.5보다 더 많은 기능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발표한다. 비록, 길가의 공사용 콘을 차 대쉬보드에 표시해 주는, 어찌 보면 소소한 차이이긴 하지만 길 거리의 사물 인식 수준의 차이가 드디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 시점부터 나도 조금씩 조급해 진 것 같다. HW2.5가 달린 내 차에서는 이 공사용 콘을 볼 수 없다는 것 때문에. 아니, 이대로면 점점 HW3과 기존 HW의 차이가 가시적으로 벌어질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에?

이런 조급함이 나만의 것은 아니었던지, 한 Model X 오너는 무작정 Tesla 모바일 서비스 예약을 잡으면서 HW3 업그레이드 요청을 한다. 그리고는 놀랍게도 그 요청이 수락 되어 실제로 모바일 서비스가 그 오너의 집으로 방문해 Autopilot HW를 업그레이드 해준다. 이 즈음이 되니 HW3 업그레이드가 조만간 공식적으로 시작될거라는 확신이 높아졌다.

Nothing To Lose

이런 확신을 가진지 두 주 뒤, 불현듯 Tesla App 을 열어서 HW3로 업그레이드를 원한다는 메모를 남기면서 모바일 서비스 요청을 보냈다. 안될거라는 확신이 컸지만 손해볼 것도 없었기에 시도를 해봤다는 위안을 삼기 위함이었으리라.

그리고는 며칠 후, 너무나도 예상과 달리 HW3 업그레이드 대상이나 모바일 서비스로는 불가능하니 서비스 센터로 예약은 변경하겠다는 문자를 받았다.

Your vehicle’s VIN has been flagged for the installation of the V3 AP computer but that retrofit is only being performed at our service centers. …
어라?

그로부터 다시 두어 주가 지나고 내 차는 서비스 센터에 입고 된지 두어 시간 만에 최신 Autopilot HW를 장착한 상태로 내 품에 돌아왔다.

내 차에도 construction cone이 보인다!

아직까지는 확인할 수 있는 차이는 고작 대쉬보드에 공사용 콘이 보인다는 것 뿐이다.

이게 인식이 되기 때문에 자동 회피를 한다고 하지만, 아직은 차도에서 벗어난 공사용 콘을 자동으로 회피하는 것을 내 차로 직접 테스트해 볼 만큼 내 간은 크지 않다. 그러나 이런 차이는 이제 시작일 뿐이고 앞으로는 HW3와 기존 Autopilot HW간에 어떤 차이가 더 나게 될지를 부러움이 아닌 기대의 눈으로 보게 되었다는게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 아닐까. 아니나 다를까, 이미 더 큰 차이가 벌어지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올 크리스마스를 기해 배포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좋아지는 자동차

기존의 자동차 회사들은 매 해 새로운 차 모델들을 출시하면서 구동계와 안전 장치, 그리고 편의 기능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인 기능 향상을 한다. 때문에 새로 출시된 차가 그 이전 해에 출시된 차보다 좋기 마련이고, 산지 몇 년만 지나면 구형 자동차 오너는 최신 기능이 아쉬운 신세가 되지만 차를 팔고 신차를 다시 사지 않는 이상 별다른 해결책이 없다. 이런 상식적인 패턴을 처음으로 깬 자동차가 바로 Tesla다. Tesla는 년도를 기준으로 신차를 발표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이미 출고된 차들도 원격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계속해서 향상된 기능과 편의성을 제공받는다. 이는 올해 산 자동차는 내년이면 구형차라는 차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며 과장을 좀 보태면 시간이 갈수록 점점 좋아지는 자동차의 길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비단 소프트웨어 뿐 아니라 주요 하드웨어조차 공식적인 업그레이드가 제공되는 상황이라면 이런 표현이 너무한 과장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Tesla는 옵션으로 제공되는 Full Self Driving 기능의 가격을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고, 그 이유가 FSD 기능이 계속 더 좋아지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이를 말도 안되는 장삿속이라고 하기에는 지금까지 눈에 보이는 변화들이 너무 긍정적며, 심지어 Autopilot HW의 무상 업그레이드가 FSD 옵션이 추가된 차량에 한하는 것만 봐도 그 가치가 충분하지 않을까?

새로운 패러다임의 자동차

일반적으로 Tesla에 대한 논의는 전기차라는 것에 많이 집중이 되어 있다. 다른 자동차 회사들에서도 새 전기차를 출시할 때 마다 Tesla의 주요 모델들과 가속 성능이나 배터리 용량, 완충 후 주행 거리를 비교하면서 Tesla Killer를 자처한다. 하지만, 1년 넘게 Tesla를 운행하면서 깨달은 Tesla가 가지는 혁신의 축은 고효율 전기차라는 것 보다는 구매 후에도 지속적으로 좋아지는 차에 있다고 말하고 싶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아직까지 어떤 양산차 업체도 Tesla가 실현한 것을 따라오지 못한다. 아니, 차 판매 위축에 대한 우려 때문에 따라오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런게 바로 패러다임의 변화가 아닐까?

https://ts.la/hanyung17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