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한 휴가도 주고 재택근무를 포함해서 자유로운 근무 환경을 주면 좋겠어요.

왜 출퇴근 시간이 필요하죠? 주어진 일만 잘 해서 결과만 좋으면 되는거 아닌가요?

Google 같은 실리콘 밸리 회사들은 밥도 공짜로 주고 간식이나 음료수도 다 공짜던데, 우리 회사는 그런거 없나요?

이런 류의 직원 의견들은 꽤나 잘 나가는 하이테크 기업이라면 어디든 수 차례 들었을 법 하다. 그러다보니 여유 되는 회사들은 너도 나도 이런 저런 혜택을 만들고 직원들의 입맛을 맞춰주기에 여념이 없다. 특히나 실리콘 밸리 회사들 투어를 다녀온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직접 보고 듣고 온 복지와 혜택들에 혀를 내두른다. 물론, 이런 것들을 국내에 전파하는 데에는 각종 언론들도 뒤지지 않고. 말 그대로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우는 회사들의 근무 환경과 복지 혜택들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진짜 얘기를 들으면 항상 이런 생각이 같이 든다.

Google은 살아남은 자들의 천국이다.

낮은 직업 안정성 = 높은 노동 유연성

Justin Sullivan/Getty Images

실리콘 밸리 내에서 연봉이 높기로 소문난 모 회사는 무제한적인 개발 장비 지원으로 한껏 자랑스러움을 뽐내지만 안에서는 상당한 업무 강도와 실적 압박에 허덕인다. 전 세계에서도 제일 잘 나가는 하이테크 기업인 실리콘밸리의 모 회사들도 전 세계에서 모인 똑똑한 동료들과의 경쟁과 회사와 보스가 요구하는 매우 높은 수준의 기대치에 많은 직원들이 허덕이고 또 뒤쳐진 직원들은 수시로 자의로 혹은 타의로 회사를 나온다. 소셜 게임 돌풍을 일으켰던 모 게임 회사는 한 때는 잘나가는 게임을 만든 팀 수십명을 통째로 하와이나 라스베가스로 여행을 보내주기도 했으나 불과 몇 년 사이에 직원 수가 2,500명 정도에서 1,500명 수준으로 줄어 들었다. 전체 직원의 반 정도가 몇 년 사이에 해고를 당한 것이다.

실리콘 밸리의 회사들이 가장 뒤떨어 지는 부분은 무엇보다도 고용 안정성이다. 좋은 말로 하면 노동 유연성이 높다고 표현할 수 있겠고. 물론, 개개인들이 언제든지 자신의 필요에 의해 회사를 그만둘 자유가 있는 만큼 회사도 자신의 필요에 의해 직원들을 내보낼 자유가 있어야 하는건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실제로 대학교때 사회학 관련 교양수업에서 교수님이 정확히 이런 주장을 펼치신 적이 있다. 물론 그 때는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라고 생각했지만. 하지만 이런 낮은 고용 안정성이 과연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현상일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기는 하다. 예전에 모시던 모 기업 임원분 께서는 “회사가 직원들에게 주는 가장 큰 혜택은 고용 안정성이다.”고 주장하시면서 “직원들은 회사에 충성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완전히 틀린 말도 그렇다고 맞는 말도 아니라고 생각하는게, 그런건 회사 혹은 리더의 고용철학이고 그에 맞는 직원들만 모이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양한 사회적 안전망이 없는 상태에서라면 이렇게 잔인하리만치 유연성이 높은 고용 환경은 필연적으로 개인들이 힘들어 지는 구조이다.

좋은 것만 취할 수는 없다.

언제든지 필요 없어지는 직원을 손쉽게 내보낼 수 있는 법적 뒷받침이 어찌 보면 회사가 직원들에게 거의 무한한 자원을 투여하고 지원을 할 수 있는 근간이 아닐까 한다. 소위 무임 승차를 막을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기도 할 테니까. 예를 들어 매우 훌륭한 엔지니어를 수 억원의 연봉으로 채용했는데 생각과 달리 그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필요로 했던 업무나 팀, 사업부가 없어진 경우에 계속 끌고 가는건 회사에겐 큰 짐이 된다. 물론, 애초에 그렇게 뽑은 회사의 잘못도 크다.

이런 어찌 보면 큰 단점이 있다는걸 간과하고 마냥 실리콘 밸리의 회사들의 각종 혜택만을 부러워 하는건 욕심이 과한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상대적으로 좋은게 있으만 필연적으로 상대적으로 나쁜게 있는 법이고, 그 중에 좋은 것만 취할 수는 없으니까. 내가 스타트업을 한 번 겪으면서 생각이 좀 바뀐게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회사도 사람을 잘 뽑아야죠.

그렇다면 회사 입장에서는

우리 나라 회사는 사람들을 쉽게 줄일 수 없으니 그냥 연봉이랑 보너스 정도만 줘야지.

라고 포기하는게 맞을까? 그보다는 회사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직원들을 뽑아서 더욱 많은 지원을 해줄지를 고민하는게 맞지 않을까? 실리콘 밸리에서 잘나가는 한 회사에 다니셨던 분의 강연에서 들은 얘기 중 기억에 남는게 있다.

실리콘 밸리의 회사들은 fit이 딱 맞는 사람을 찾아요. 제가 채용된 position은 딱 맞는 사람을 찾느라 1년 반 동안 비어 있었어요.

우리 나라에서는 이런 일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의 기대 수준을 충족하면 일단 채용을 해서 필요한 인력을 채워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좀 더 세부적으로 보자면, 정확히 어떤 어떤 능력을 갖고 어떻게 일하는 사람을 뽑을지 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게 사실이다. 미국 회사들의 채용 페이지에서 흔히 보게 되는 Job Description이 우리 나라 회사들에는 거의 없고 있다 하더라도 상당히 일반적이기도 하고 또 채용 후에 이런 저런 부서 이동을 겪으면 전혀 다른 일을 하고 기술을 사용하게 되는 경우도 매우 흔하다. 한국어를 쓰고 사무실로 출퇴근을 할 수 있는 직원을 뽑아야 되는 제약상 직원을 뽑을 수 있는 모 집단 자체가 현격하게 작아져 버리는게 큰 이유중 하나일텐데 적극적으로 원격 근무에 대한 방법을 강구하지 않는건 의문점 중 하나다. 정말 좋은 사람이 있다면 원격 근무 예외를 두고서라도 채용하는게 맞지 않을까?

미국 회사들 같은 방식과 우리 나라 회사들 같은 방식 모두 장단점이 있기는 하다. 또, 문화적으로 전통적으로 그리고 사회 통념적으로 다른 쪽의 것을 무작정 받아와서 도입하는게 쉽지는 않고 부적절할 수도 있고.

결국, 회사와 직원 모두가 현실적인 상황을 인식하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더 좋은 환경을 같이 고민하는게 필요하지 않나 싶다. 실리콘 밸리에 있는 신의 직장의 혜택들은 그냥 참고정도만 해도 충분할거 같고.

마지막으로, 유행 따라 혜택을 만들었다가 여차 하면 없애고 제한하는 짓은 제발 안했으면 좋겠다. 모 회사는 휘황찬란하게 카페며 식당, 헬스장 등 만들어 놓고 1년 남짓 만에 운영 시간을 축소 및 제한하고 직원 출입 기록을 모니터링 한다던데, 이럴려면 그냥 애초에 하질 말아야 직원들 빈정이 덜 상하지…